불안하거나 초초해 보이지도 않으며 잘못된 삶을 이어오지도 않았을 것 같은 얼굴은 바로 노인들의 얼굴 아닌가. 할베와 할메의 구분도 희미해지며 굳이 구별해야 할 일도 아니다. 그저, 시간을 지우고 털어버린 노인일 뿐이다. 지난 시간만이 쌓여있다. 옛것이 아름답다 했던가. 아직 남아있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육신, 그 무거운 육신의 아름다움까지 내려놓는 일. 아무것도 없다, 남는 것이 없다.